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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Nov 08.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11.06

2013년 8월, 베를린 기차역 앞.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이후로 깊이 새겼던 글귀가 있었다.

You have it in your power to merge everything you have lived through—false starts, errors, delusions, passions, your loves and your hopes—into your goal, with nothing left over.

— 니체


그 어떤 경험이라도, 그 어떤 감상이라도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믿음이 큰 위로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나로 ‘인해서’ 이해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모든 일들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경험들이 각자 나름의 의미를 뒤늦게 드러내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가장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은 어떤 한 사람이 그 의미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가.


“Life works in mysterious ways.”


이번 여름, 예기치 못했던 변화를 겪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한 분이 위로를 건네며 해주셨던 말씀이다.


운명으로 생각하든, 우연으로 받아들이든 결국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고 어떤 목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이해를 할 수는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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