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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Dec 08. 2021

3차 접종

2021.12.07


산타 클라라 카운티 보건당국을 통해서 운영되는 산호세 공항 근처의 대형 접종 시설에서 3차 접종을 마치고 왔다. 4월 중순에 2차 접종을 했으니 거의 8개월 만에 추가 접종을 한 셈이다.


접수를 마치고 접종 동의서 등 서류를 펜으로 작성하다가 마지막 장에 예상하지 못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보게 되었다. 계절 근로자, 노숙자, 장애인 등 소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집단에 해당되는지를 조사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미국 내에서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도 백신, 치료제, 검사 키트 등 여러 필수 자원이 과연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은 판데믹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학부 정치경제학 강의에서 교수님이 정치학은 본질적으로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얻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한 학자의 표현을 인용하셨던 적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가”라는 고상한 철학적인 문제를 연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질의 배분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보통 경제적 양극화와 과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가장 흔히 언급하지만, 인류가 판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수 자원의 공정한 분배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설문조사를 모두 작성하고 신분증, 의료보험 카드, 접종 카드, 접종 동의서와 함께 제출하니 담당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하나씩 사진을 찍어서 자료를 행정 시스템에 저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일이 타자로 기입하는 것보다 머신러닝을 동원한 글자 인식 기법으로 자료를 처리하는 것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제출한 설문조사는 한 줄의 데이터로 처리되어 n을 하나 늘리고, 결국 누군가의 분석을 거쳐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정책을 수립할 때 사용될 것이다.


접종을 마치고 와서 이런 잡념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학부 4년과 대학원 5년, 총 9년 동안 공부한 내용의 위력을 다시 한번 새삼스레 느낀다. 전공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란 얼마나 좁은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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