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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an 01. 2022

깜빡이

2021.12.30

2021.12.27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차 하나하나마다 어떤 사연을 싣고 가는 걸까. 누군가는 혼자서, 누군가는 친구랑, 또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작은 공간 속에서. 그 수많은 단절된 네모난 공간들이 나란히 달리는 도로 위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신호는 노란 불, 빨간 불, 그리고 경적 소리뿐이다.


그 모습이 마치 온 세상 같을 때가 있다. 각자 진입한 입구도, 나가는 출구도 다르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잠시 같은 도로 위에서 나란히 달린다. 그래서 누구보다 약간 뒤처진다고 조급할 필요도 없고, 잠시 앞선다고 자랑할 일이 되지 못한다. 그저 서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서로의 사각지대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모두 바삐 갈 길이 있으니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가끔 서로 안부를 묻듯 불빛을 켜고 끄다가 비로소 떠날 때가 되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듯이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출구로 금세 사라진다.


지금쯤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할 겨를도 없이 계속 달린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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