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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Dec 20. 2021

다음번에는

2021.12.19

2021.11.08


11월 초.


갑자기 일이 생겨서 경황없이 떠나게 되었다고, 오랜만에 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잘 지내"라는 세 글자를 전할 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말하고 싶지 않거나 말할 수 없으면 물어보지 않을 테니,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 어디서든 다시 볼 수 있을 때, 웃는 얼굴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




12월, 비가 내리던 어느 월요일 아침.


5년이 넘는 대학원 생활 동안 동고동락하며 소중한 추억들을 나눈 친구가 다른 곳으로 떠났다.


1년 차 첫 학기를 시작하기 전, 한인 대학원 신입생들끼리 모여서 치맥을 먹던 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처음 같이 찍은 사진은 그 자리에서의 사진이었을 것이다.


각자 공부하는 내용과 관심사는 많이 달랐지만, 밤중에 서로 홀로 기숙사 근처를 서성이다가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근하게 지냈다.


갑자기 계획이 바뀌어서 포닥을 시작하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떠나게 되었고, 그래서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남긴 이른 새벽의 문자를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답장을 보냈다.


"기억하고 연락 남겨줘서 고마워! 다음번에는 그 동네에서 보자, 조심히 가고 연말 편안하게 보내."




"너는 그 사람이랑 친하니?"라는 질문을 받고 한참을 머뭇거렸다가 오해를 산 적이 있다.


누군가와 친한지, 누군가와 가까운지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얼마나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하는지, 혹은 주로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를 하나의 척도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부분들이 전부는 아니다. 가족이나 가장 친한 친구들과 최근에 나눈 대화만 얼핏 봐도 평범한 일상에 대한 안부를 간단히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급한 용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하는 사이도 있지만, 5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온 연락이 그보다 더욱 반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인연이 언제 어떻게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 또 맺어지고 이어지는지 섣불리 예단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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