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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an 12. 2022

운전을 하다가

2021.05.05 / 2021.04.10 / 2019.09.20

2021.11.03


“저도 제가 무서워요.”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시는 분들이 자동차 뒷 창문에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다면 바로 주문해서 매일 입고 다닐 것만 같다. 알아서 거리를 두시고, 혹시 위험한 상황을 일으키거나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라고, 보다 확실한 신호를 미리 줘서 나쁠 건 없다.


물리적으로는 6피트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요즘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보다 더한 거리를 두어야 안전한 건 아닌지. 타인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아도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멀리 내다보기. 고개를 넘어서 내리막길이 안 보이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급커브에서는 속도를 줄이며 멈출 준비를 하기. 다른 차량의 사각지대에서는 가급적 빨리 벗어나기. 사고가 날 뻔하거나 다른 운전자에게 험한 소리를 듣게 된다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눈앞의 교통상황에 다시 집중하기.


운전을 막 시작하면서 연습을 할 때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것들이 갈수록 운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혼자서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몸에 배는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들을 진심 어린 조언으로 교정해줄 동승자는 많지 않다. 익숙하지 않거나 불편하면 조용히 견딜 것이고, 사고가 날 것 같으면 일찍 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이든 혼자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 때가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스치는 인연이라도 모든 관계는 서로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눈을 감는 것이랑 전혀 다르지 않다.


홀로 온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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