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6
5년 남짓의 대학원 생활을 매듭짓고 타지로 이사할 준비를 하면서 여러 삶의 큰 변화를 앞둔 친구랑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
만날 때마다 몇 시간씩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사이지만, 둘 다 인생의 어떤 전환기 앞에 놓여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대화를 나누며 유독 공감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한 책에서 접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의 글이 떠오른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에 고결함이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 어떤 전환기 가운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을 나누고 함께 보내는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를 아직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이미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서 바뀌어가고, 인연은 늘 인연으로 이어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