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침반 Jan 08. 2022

12년

2022.01.08

2013년 여름, 스웨덴 스톡홀름의 '숲의 묘지'에서


어느새 12년이 흘렀다.


그날 오후, 왜 마지막으로 드린 한마디가 “열심히 살게요”였을까.


그 12년 동안 묻고 또 물었다.


자라면서 받은 사랑의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데, 왜 “사랑해요”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은 걸까. 아니, 하지 못한 걸까.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드리는 작별인사가 왜 잘 지키지도 못할 어설픈 약속이었던 걸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친구든, 세상이든, 사랑을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자랐다. 안부를 묻는 것. 같이 밥을 먹는 것. 심부름을 하는 것. 선물을 주는 것.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 관심을 주고 지켜보는 것.


어릴 때부터 말이 서툴렀다. 그래서 말을 아꼈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은 행동으로 대신하려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열심히 살게요 말하면서 진정 담고 싶었던 마음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태어날 때부터 넘치게 부어주신 사랑, 감사합니다. 주위에도 흘려보낼  있도록 어떻게든 해볼게요.”  다짐이라도 온전히 받으셨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마지막 순간에 손자, 손녀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었어서 감사할 뿐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도 사랑일 수 있지만, “끝까지 곁에 함께 있는 것”이 실은 더 깊은 사랑이기에.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시면서 막내 손자가 어떻게 살아가기를 기도하셨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이어가는 삶의 모습이 그 기도에서 너무 멀리 떠나지는 않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