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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Feb 15. 2022

대체로 평범한 하루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며 (2022.02.14)

2017년 여름, 파주 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최근 우크라이나 내부의 분위기를 취재한 외신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BBC의 한 기사는 러시아와의 국경과 불과 60km 떨어진 하르키우에 거주하는 영국인 교사 해리 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대체로 평범한 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패닉의 징후도 없고 생필품을 비축하며 사들이는 사람들도 없다. 만약 영국이라면 휴지와 생수가 동나겠지만 이곳 우크라이나에서의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접하다 보면 한국의 상황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외신 기사에는 “한국 국민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 종종 언급된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북방한계선 또는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의 무력 도발이 발생하지 않을 때에도 군사적 대치 상황은 상존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타개할 것인지, 어떻게 궁극적으로 평화체제를 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안보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출간한 <2020 국방백서>에 기록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은 육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에 배치하여 언제든지 기습 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24쪽)

“북한군은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였으며...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5쪽)

“해군은 총 전력의 약 6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 배치하여 언제든지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소형 고속함정 위주로 편성되어 원해 작전 능력은 제한된다.” (26쪽)

“전투임무기는 810여 대 중 약 4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 배치하여 최소의 준비로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AN-2기와 헬기를 이용한 특수전 부대의 침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7쪽)

“북한은 전략적 공격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핵, 탄도미사일, 화생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8쪽)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과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감독하는 정전체제 하에 한국이 마주한 안보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핵을 보유한 인접 국가가 대규모의 병력을 국경 인근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부분이 있다. 그 병력으로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시기에 지도부의 결단만 있으면 빠른 시간 내에 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같다. 2014년 크림 반도 병합 사태 무렵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돈바스 지역의 내전이 8년이 가깝게 이어지고 있으니, 작금의 안보 위협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울에서 자라서일까. 연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전쟁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키이브의 시민들은 약간의 불안감은 느끼고 있지만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분위기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내일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미국, 영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한 BBC 기사에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브에 거주하는 영국인  스튜어트와 그의 아내 타티아나의 사연도 소개된다.  태어난 아들의 여권을 아직 발급받지 못해서 출국을   없다고 한다.  아이는  시기를 훗날에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평화를 지키고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끊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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