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4
꽤 오랜 시간 동안 내심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궤적을 벗어난 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그 선택에 대한 후회나 선택을 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한 원망은 없다. 되돌아보면 선택의 기로까지 이르는 과정도, 그 직후에 직장으로 복귀하게 된 과정도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다는 사실이 갈수록 뚜렷하게 보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시대가 꿈을 뺐는다”라는 대사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오랫동안 준비했던 진로를 통째로 바꿔야 했던 친구를 멀지 않은 거리에서 봤기에 더욱 와닿는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작년에 내렸던 결정에 판데믹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예상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의 소용돌이에 인생이 뒤집히기도 한다. 실은 그런 요소가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꿈을 뺐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꿈을 일깨워줄 때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보여주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상투적인 말로 누군가가 겪을 좌절과 슬픔을 가벼이 여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고통과 어려움을 공동체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시대의 어떤 흐름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원할 뿐이다. 이제는 어디로 흐를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를 바라보며 작은 기대라도 품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