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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Apr 19. 2022

물들이다

2022.04.18

2012년 6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인턴 전의 가족여행 중.


10년 만에 모였다.


2012년 여름 동안 모두 같은 단체에서 인턴을 했었다. 각자 맡은 일도, 인턴을 하게 된 계기도 조금씩은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여름을 함께 보냈다.


그 공통된 경험은 모두에게 흔적을 남겼다. 그 이후로 걸어온 길도, 앞으로 꿈꾸는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들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서른의 문턱을 넘은 지금, 그때의 경험을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자세히 살펴보며 각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고 있었다.


치열하게 고민하되 불안해하지 않는 것. 성실히 노력하되 조급해하지 않는 것. 자신을 신뢰하되 자만하지 않는 것. 일상에 충실하되 여유를 잃지 않는 것.


비록 지키기는 어렵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지향하는 동일한 삶의 태도를 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듣고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조직이론에 “imprinting”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어떤 개인, 조직, 혹은 산업이 결정적인 시기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시기의 흔적이 남게 된다는 이론이다.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학교도, 직장도, 공동체도, 지나가는 인연도 그렇다. 말과 행동을 통해 주고받는 마음으로 서로를 물들인다. 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각자의 색깔 속에서 지나온 모든 경험의 흔적을 찾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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