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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May 01. 2022

휘발성 지식

2019.04.30

2019.08.14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신문을 읽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신문 기사를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되고, 기사를 걸러내는 힘과 기사를 이해하는 틀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요점은 신문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책을 더 많이 보면 볼수록, 신문에서 주목해야 할 기사와 걸러내야 할 기사를 훨씬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대부분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휘발성 지식 vs. 지속성 지식" (2018.04.30)


학부 2학년 때의 일이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떠오른 질문을 하러 교수님의 사무실을 찾아갔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맞나요?”


질문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상세한 설명을 마치신 후에 해주셨던 충고가 여전히 생각난다.


“그런데 오기 전에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지는 않았니? 여기처럼 좋은 도서관을 가진 학교도 많지 않은데.”


그때 느꼈던 민망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사놓고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활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보다는 구글이나 위키피디아로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간편하고 신속하게 엄청난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진전이다. 하지만 누구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릴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경고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알 수 있는 것은 많아지는 동시에 정작 깊이 아는 것은 사라지는 정보화 시대의 역설이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알고, 왜 알려고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어느 기사나 현상을 봤을 때 그것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하는 능력은 오랜 훈련과 연습을 거쳐야만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검색할지 미리 알려주는 검색 엔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곱씹지 않고 매일 휘발성 높은 짧은 기사만 간식처럼 먹는 모두에게 충고하는 위의 글을 읽으면서 그 교수님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린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그 충고를 과연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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