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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Apr 07. 2023

비슷한

2023.04.06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바라본 워싱턴의 전경 (2023.04.04)


최근에 진로의 분기점을 지난 선배와 대화를 나누다가.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열심히 살면서 지내려고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되돌아보니 중요한 기로에 설 때마다 치밀하게 준비를 하지도 않았는데 운이 좋게 소중한 기회들이 주어졌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치열하게 살지 않았는데 귀중한 기회가 거저 주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변함없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부모님 아래에서 부족함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주어진 기회들을 따라가다 보니 적성에 맞는 일을 금세 찾아서 하게 되는 것. 그보다 큰 행운이 있을까.


이제는 주위의 친구와 선·후배들이 더 이상 자신이 속한 여러 조직과 단체의 말단 구성원이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 기회가 어떻게 주어지는 지를 이제는 반대편에서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평온한 환경에서 나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오히려 여러 조건이 사실상 동일해도 큰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이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이런 건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자신도 직장을 벗어난 일상 속에서는 비슷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랑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결국 그 구조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공통분모가 상대적으로 큰 사람들이랑 자주 만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만나면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자신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세상은 상당 부분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책이나 영상이나 어떤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세상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매일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다 보면, 자신의 시야도 점점 좁아지는 건 아닐까.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을까.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경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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