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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Apr 14. 2023

카드

2023.04.09

메릴랜드 내셔널 하버에서 (2023.04.10)


“이번에는 안 보낸 줄 알았어."

3월 초, 출장을 떠나는 날이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시차가 있으니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저녁, 한국 시간으로는 당일 오전에 출근하시기 전에 시간을 맞춰서 영상통화로 가족 모두가 함께 축하를 했다.

통화를 하던 중에 어머니가 고르셔서 미리 주문을 했던 선물을 꺼내서 보여 드렸다. 잠깐이지만 출장길에 한국을 들리는 일정이 있던 터라 직접 전해드릴 생각으로 짐가방에 챙겼다.

하지만 한국을 들리는 일정이 막판에 취소되면서 워싱턴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선물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서양 횡단을 두 번이나 하고 말았다.

당분간은 한국을 들리는 일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급하게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물을 너무 늦게 드리고 싶지는 않아서 우편으로 부쳤다. 박스 안에 선물만 달랑 보내기는 허전해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카드를 짧게 써서 같이 보냈다.

그 소포가 도착했다고 며칠 전에 전화를 주셨다. 잘 받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으로 옮기면서부터는 아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부모님 생신이면 매번 카드를 쓰고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드렸었다. 그리고 카드는 너무 늦지 않게 우체국에 들려서 부쳤다.

올해는 출장 준비를 핑계로 카드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영상 통화를 끊고, 막바지 업무를 마치고, 짐을 챙겨서 다음날 오후에 허둥지둥 공항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카드를 기다리고 계신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다. 제네바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 말고는 다른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바빠서 깜빡했다고 짐작하셨던 것 같다.

늦게라도 보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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