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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May 24. 2023

졸업

2023.05.24

지난 일요일, 축하해주기 위해 찾은 졸업식장에서 (2023.05.21)


최종 목표가 무엇이신가요?


늦은 오후 행사가 끝나고 같이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최근에 새로 시작한 여름 인턴이 질문을 건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학부와 대학원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지금 직장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퇴근을 앞두고 조금은 피곤해서 그랬던 걸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포장되지 않은 진심이 툭 튀어나왔다. “글쎄요,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일단 지금은 이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당분간은 할 것 같네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이상의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떤 건전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예상하던 경로를 따르지 않더라도 일단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비교적 가까운 목적지든, 아니면 약간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목적지든.


하지만 되돌아보면 목적지라고 여겼던 모든 곳은 결국 또 다른 목적지로 가는 길에 거쳐가는 경유지였다.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흔한 졸업식 축사가 우리에게 잊을 만하면 다시 일깨워준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종착역에 도착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고정된 목표를 향해서 평생 전진하는 것이 과연 전부일까.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다면 ”최종 목표“에 대해서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모든 목적지가 실은 경유지라면, 결국에는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무엇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 항로를 그리고 있는지, 가끔이라도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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