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0
각자 성향과 성격과 배경이 다르니 어떤 관계에서든 깊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까워져야 하지만, 거부감 없이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파악을 해야 한다.
입자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측정을 해야 하지만, 측정하는 행위 때문에 입자가 더 이상 같은 상태에 있지 않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보다도 훨씬 복잡하게 다가오는 문제다.
자신도, 상대방도 고정되어 있는 물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든 관계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자신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타인을 파악하려고 하니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는 건 놀랍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일종의 하한선을 설정하게 되는 것 같다.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실례를 끼치지 않을 최소한의 행동지침을 작성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하게 된다.
아무런 어려움과 후회 없이 두터워지는 관계는 없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