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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3. 2021

카톡 단상

2021.05.05


문자를 보낼 때 눈웃음 ^^, 물결 ~, "..." 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는 아마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문자라도 ㅋ, 또는 ㅎ의 개수에 따라서 감정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기도 한다. 이모티콘의 빈도와 문장 내의 배치도 상당히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고유한 문체가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문체를 기준으로 다른 누군가의 문자에 실린 행간의 감정들을 읽고 짐작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문자의 특성으로 NLP를 적용해서 그 저자를 추정하는 알고리즘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바로 드는 걸 보니 5년 사이에 이 지역의 분위기에 많이 물들었구나, 싶다.)
 
누구와 대화를 자주 나누는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는 문자의 습관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자신의 어투와 감정의 문법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장 최근에 문자가 도착한 순서로 나열되어 있는 개인톡, 단체 채팅방들을 보면서 가끔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 방에서 나눠지는 내용들이 바로 아래나 위의 방으로 번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내용이 민감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한 방에서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방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달라서 그럴 때도 있다.
 
마치 거대한 일식집처럼, 어떤 자리는 2명씩, 또 어떤 자리는 30명씩 앉아있고 그 사이사이마다 가상의 칸막이가 있는 셈이다. 실제 식당처럼 소리가 번지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또 어떤 연결망들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며 지냈는지. 어딘가에 있는 서버에 기록되어 있을 그 수많은 인간관계의 흔적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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