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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5. 2021

변곡점

2021.05.25

2021.06.04


“곡선도 기울기가 있나요?”


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에 형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던 것 같기도 하다.


미분을 배우기도 전에 그 개념을 직관적으로 예상했던 것이 아닐까. 대학교에 가서 둘 중에 누가 수학을 전공했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미분을 처음 배우면서 비교적 다루기 쉬운 이차함수, 삼차함수의 극값을 계산하는 연습을 흔히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차함수의 최대점, 혹은 최소점을 찾으려면 도함수가 0이 되는 x값을 계산하면 된다. 삼차함수는 최대점, 최소점은 없지만, 극대점이나 극소점을 가지기도 한다.


극값은 그래프를 그려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변곡점'의 개념은 여전히 잘 다가오지 않는다. (이 글을 읽은 친한 이공계 박사 출신 선배가 “브레이크 댄스의 웨이브를 연습하다 보면 변곡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가 가능할 거야!”라는 기막힌 통찰을 남겨줬지만, 애석하게도 누군가처럼 구제불능인 몸치인 사람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설명이다.)


처음 배울 때는 도함수를 한 번 더 미분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난해하게 다가왔다. 이계도함수가 0을 지나는 x값을 구하면 된다는데, 그래프를 언뜻 봐도 그 전후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볼록함수가 오목함수로, 또는 그 거꾸로 바뀌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정의는 기억이 나지만, 변곡점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게 느껴진다.




수열에 대해서 배우면서 "매일매일의 감정 상태를 기록하면 그 수열은 절대로 수렴하지 않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중2병 보다 고3병이 훨씬 심하게 왔던 것 같다.)


변곡점의 개념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일상 속에서 극값은 명확하게 느껴진다. 좋은 일이 이어지다가 어느새 하향곡선을 타기도 하고,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지나면서 이어지는 흐름의 방향이 반전되는 변곡점은 그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앞뒤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만 같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가 시작되는 어떤 시점을 거치기도 한다.


밋밋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침체되었다고 느껴질 때,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나중에 이 시기를 되돌아보면,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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