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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9. 2021

시작의 끝, 끝의 시작

어떤 갈림길에서 (2021.06.08)


끊기고, 막히고, 잘리고, 찢기는 과정은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유쾌하고 편안하지만은 않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라고 진심으로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운명이라고 하기엔 이를 수 있다 생각해
우연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

--- 헤이즈, "헤픈 우연"


후회가 조금도 없을 만큼 최선을 다 하지는 못했으니, 눈 앞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전혀 안 하지는 않았고 결국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 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 유호진 PD


미련이 새어 들어갈 틈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그 스산한 찬바람의 고통은 언제든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이제 조금은 알기 때문일까. 문을 닫을 때는 굳은 결심으로 확실히 잠그는 것이 최선이다.


사라지는 것들 대신 새로이 찾아오는 것들에, 되돌아오지 않는 것들보다는 남겨질 것들에,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아니라 변함없이 곁에 있는 모든 것에 마음의 눈길을 더 오래 둘 수 있기를.


저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읽은 모든 작가이며, 제가 만난 모든 사람이며, 제가 사랑한 모든 여인이며, 제가 들렸던 모든 도시와 저의 모든 조상입니다.

---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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