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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9. 2021

한 방의 희망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2021.04.28)

(출처: Melina Mara / Getty Images, 2021)


“한 방(dose)의 희망.”


취임 후 100일을 하루 앞둔 날, 바이든 대통령은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코로나 19 백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언론의 속보에는 이미 대북정책과 인도 태평양 지역을 향한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발언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국내 현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낙후된 도로, 철도, 공항, 인터넷망, 전력망 등을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구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는 좁은 의미의 인프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체질'을 본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돋보인다.


인종차별 철폐부터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까지, 영유아 보육부터 노인 돌봄까지,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부터 DARPA에 버금가는 보건의료 분야 연구소 신설까지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뼈를 깎는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결국 중국과의 경쟁, 권위주의 체제와의 경쟁에서 자칫하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도 행간에 읽힌다.


“지금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의 국내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워싱턴에 대한 신뢰는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직결된다.” 최근에 접한 한 기자의 분석이다.


이번 연설에서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책을 유독 강조하고 국내 정책에 대한 구상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데에는 미국의 중산층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광풍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도 얻음으로써 국정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정치적인 계산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19 조기 극복에 대한 희망과 국내 현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대외적으로도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그는 국내 정책에 대한 발언으로부터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팬데믹 등 주요 국제 현안으로 화두를 전환하는 대목에서 국민을 향해 이렇게 호소한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오래 갈까요?' 한참 전부터 알고 지낸 세계 각국의 여러 정상과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자주 들은 말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가 돌아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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