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게 아니라 깎였다
손바닥에 한 줌의 흙을 쥐었다.
갖고 싶어서, 더 꽉 움켜쥐었다.
숨만 쉬어도 흙은
손가락 사이로 새고
숨결에 실려 떠났다.
한없이 약해진 나는
손에 힘을 더 줬다.
절반쯤 사라졌을 때서야
나는 흙의 마음을 떠올렸다.
내가 작았던 걸까.
내 손이 좁았던 걸까.
나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면
남는 게 있을 줄 알았다.
손바닥을 더 접고,
손끝을 더 죄고,
흙을 감추듯 쥐면
사라지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손을 놓았다.
그제야 알았다.
아픔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흙이 멀어지는 동안
내 마음도
같이 멀어졌다.
거의 사라진 흙이
내게 말을 걸었다.
펴지 마.
가루가 되어도
네 손에 남고 싶어.
나는 울면 멈출 줄 알았다.
젖으면
흩어짐이 멈출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자꾸 멀어져?
흙은 고개를 저었다.
떠난 게 아니야.
네 손의 주름 사이로
나는 조금씩 깎였어.
나는 손을 폈다.
손 안엔 슬픔만 남기고
남은 흙가루를
한 번에 불어냈다.
흙은
아무 말 없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떠나며 흙이 말했다.
되돌아갈 수 없어.
나는 다시 뭉치지 않아.
나는 흙에게 말했다.
내가 너를 쥘수록
너는 새어 나갔어.
남고 싶다 했지.
그런데 너는
가루가 되고 있었어.
바람이 된 너는
이름도, 그림자도 없어.
그러니 우리는
같은 모습으로는
다시 만날 수 없어.
그렇게 인연은 끝났다.
손의 틈엔
아직 너의 가루.
인연은
고작 한 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