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타 치는 아빠와 우주인의 첫 듀엣

무대에서 집으로 돌아온 기타리스트

by 북극성

일요일 점심.
나와 채아가 늦잠을 자는 사이, 집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는 길쭉한 상자가 하나 서 있었다.



클래식 기타였다.


거실로 나가 보니 남편이 상자를 뜯고 줄을 맞추고 있었다.
잠옷 차림인데, 표정만큼은 무대 위 연주자였다.



편의점 카운터 뒤에서 비닐봉지를 묶던 청년과, 무대 위에서 기타를 뜨겁게 연주하던 청년. 채아 아빠가 한 몸에 품고 살았던 두 개의 밤이었다.



남편은 예전에 일렉 기타를 전공했고,
밴드에 소속되어 공연을 다니던 사람이었다.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학교와 연습실을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다른 일을 선택하게 되었고,
기타는 자연스럽게 박스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취미 정도로만 치지 뭐.”


남편은 가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남편이 다시 기타를 샀다.

“채아 크면 들려주고 싶어서.”

그 말 한마디에 상자의 무게가 조금 달라 보였다.



그때 울타리 안에서 놀던 채아가
낯선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주복 입은 딸 한 명만을 위한 아빠의 거실 공연.



두 손으로 울타리를 꽉 잡고,
아직 서는 게 서툰 다리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눈은 남편 손에만 가 있었다.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채아는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오—” 하는 소리를 내며 울타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관객은 단 한 명이었지만,
반응은 충분히 뜨거웠다.




나는 장난감 우쿨렐레를 들어
채아 손에 쥐어 주었다.

“채아야, 아빠처럼 쳐볼까?”

그저 들고만 있어도 귀엽겠다고 생각했다.


우쿨렐레를 받은 채아는
잠시 그대로 멈춰 서서 아빠를 바라봤다.

남편 손가락이 줄을 튕길 때마다
눈동자가 그 방향을 따라 움직이고,
손목이 리듬을 탈 때마다
작은 손가락도 허공에서 같이 움찔거렸다.

그러다 아주 조심스럽게,
정말로 줄을 한 번 “툭” 하고 건드렸다.



짧고 어설픈 소리 하나였다.

채아는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엄마, 나 지금 잘한 거야?’

눈빛이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채아는 비로소 입꼬리를 올리고
조금 더 세게, 한 번 더 “툭” 하고 줄을 쳤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둘의 무대였다.



우주인 딸과 기타리스트 아빠, 객석 1열 엄마가 함께한 첫 듀엣의 밤.



남편이 리듬을 타며 코드를 잡으면,
채아는 한 박자 늦게 우쿨렐레를 쳤다.

남편의 기타에서는
여전히 정확한 음정과 박자가 흘러나왔고,
채아의 우쿨렐레에서는
삐져나간 소리들이 뒤섞여 나왔다.

악보로 보면 틀린 음이었지만,
내 귀에는 그 삐뚤어진 화음이
이 무대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한 줄처럼 들렸다.



채아는 연주하다가도
중간중간 꼭 나를 한 번씩 돌아봤다.

엄마, 나 잘하고 있지?’

확인받고 싶어서,
같이 듣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눈으로 몇 번이고 물었다.

내가 웃어 보이면
다시 고개를 돌려 아빠를 바라보고,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신나게 줄을 쳤다.



그 작은 등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빠, 나도 거기 같이 설래.”
“당신이 좋아하는 걸, 나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완벽한 음정보다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들리는 연주였다.




예전 남편의 무대에는
밝은 조명과 커다란 스피커,
여러 명의 관객이 있었다.

오늘 남편 앞에는
장난감 울타리와 매트,
그리고 우주인 한 명뿐이다.

그래도 남편의 손은 진지했다.
음 하나, 박자 하나를 대충 넘기지 않으려는 손.


그때의 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지도 모른다.

모양만 조금 달라져,

지금 이 거실 한가운데로 돌아온 것뿐일지도.




연주가 끝나자
남편은 장난스럽게 허리를 굽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채아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우쿨렐레를 꼭 쥔 손으로
박수를 흉내 내며 깔깔 웃었다.

채아의 어설픈 줄 치기는 음만 놓고 보면 틀렸지만,
마음으로 보면 너무 정확했다.

작은 손이 튕겨 낸 삐끗한 화음이
우리 집 거실 공기까지 조금 흔들어 놓았다.



나는 남편과 딸이 나란히 연주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사진 제목에 이렇게 적었다.





“아빠와의 연주가 너무 즐거웠던 하루.”


거실 한가운데, 기타 치는 아빠와 웃는 엄마 사이에서 파란 우쿠렐레를 튕기며 웃는 아기 우주인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