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탈을 꿈꾸지만, 마음의 종착역은 늘 너였다
뷔페 앞 웨이팅 줄.
번호표는 멀었고, 사람은 많았다.
제일 먼저 든 감정은 솔직히 지루함이었다.
‘이 긴 시간을 또 애 안고 서 있어야 하나.’
그때 옆에 다이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 잠깐 다이소만 보고 올게.”
남편이 줄을 맡아 준다고 했다.
이게 작은 이탈이라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몇 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틈이 생긴 것이, 그 순간에는 꽤 큰 위로처럼 느껴졌다.
예전 같으면 다이소에 들어가면 내가 필요한 것부터 봤다.
수세미, 수납함, 예쁜 펜 같은 것들.
그런데 그날 발이 자동으로 향한 곳은 장난감 코너였다.
머릿속이 먼저 움직였다.
‘채아가 가지고 놀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가게 안을 혼자 돌아다니면서도,
시선 끝에는 늘 이 아이가 있었다.
내 취향보다, 이 작은 우주인이 좋아할 것 같은 모습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것이 계란 모양 전구였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누르면 주황빛이 들어오는 단순한 장난감.
값은 가벼웠지만, 이 아이가 웃는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충분한 선택처럼 보였다.
줄로 돌아오니 채아는 유모차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전구를 한 손에 숨기고, 빈 손을 먼저 내밀었다.
“채아야, 엄마 손. 아무것도 없지?”
작은 눈이 내 손을 천천히 훑었다.
손등, 손바닥, 손가락 사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 순간, 숨겨 둔 손으로 슬쩍 바꿔 쥐고 버튼을 눌렀다.
“짠.”
손 안에서 주황빛이 켜졌다.
계란 하나가, 갑자기 작은 별이 된 것처럼 손바닥 위에서 빛났다.
채아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잠깐 멈추더니, 금세 입술이 말려 올라가더니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 허술한 마술에 이렇게 집중해서 반응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이 아이 하나뿐이다.
나에게 가장 순수하게 웃어 주는 얼굴.
나는 같은 마술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패턴은 너무 단순했지만, 채아는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웃었다.
옆을 지나던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힐끔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더 신났네.”
그 말이 이상하게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마술사는 나였지만,
제일 들뜬 관객도 나였으니까.
잠시 뒤, 전구를 채아 손에 쥐어 주었다.
작은 손가락이 빛을 꼭 감싸 쥐었다.
한 번은 입에 가져가 보고,
한 번은 두드려 보고,
한 번은 눈앞에 바짝 들이대 본다.
뷔페 앞 줄은 여전히 제자리였지만,
우리 셋이 서 있는 시간만은 조금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전구를 다시 켰다.
불을 끈 거실 바닥 위,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가 하나 떠 있었다.
채아는 그걸 또 입으로 가져가려 했다.
“그건 먹는 거 아니야, 보는 거야.”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한참을 그 빛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오늘 내가 한 이탈도 그리 먼 여행은 아니었다.
혼자 다이소까지 걸어간 몇 분,
장난감 코너를 뒤진 몇 분,
다시 유모차 앞에 서서 마술사가 된 몇 분.
출발점은 분명 나만의 시간이었는데,
내가 다시 서 있는 자리는 또 채아의 웃음소리 옆이었다.
엄마들은 육아에 지치고,
수없이 도망치는 상상을 하면서도,
막상 떠나는 쪽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멀리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이미 돌아올 자리를 표시해 둔 사람들.
나에게 엄마는,
자유를 꿈꾸면서도
마음속 종착역은 늘 아이 쪽에 찍어 둔 사람이다.
오늘 웨이팅 줄에서,
손바닥만 한 전구를 쥐고 웃는 아기 우주인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지금 그런 엄마라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