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그대들의 손
텁텁했다.
내뱉는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몸에 달라붙어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질척거림과 무거움에 익숙해진 줄 알았다, 무덤덤해진 줄 알았다.
아니었다.
한번 다녀가라는 전화를 받고서야 내가 고장 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늘 해야 할 일을 지고 살았다.
일을 벌이고 해결하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있었다.
봄 없이, 크리스마스 없이 꽤 긴 시간을 지나왔는데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찬란하다는 청춘은 꼴도 보지 못해 저 멀리 가 있었다.
그대로 달리다가는 질식해버릴지 몰랐다.
숨을 돌려야 했다.
머리로는 쉬자면서 정작 쉬지 못했다.
365일 8,760시간 내내 내 머리는 쉼 없이 움직였다.
두뇌를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 순간이 일로 점철된 하루하루로 두통은 일상이 되었다.
견디면 모든 건 지나가기 마련이란 생각, 아프다느니 힘들다는 칭얼거림은 응석이라 여겼다.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느끼는 건, 슬픈데도 슬프지 않은 건 약도 쓸 수 없는 중병이었다.
대화가 필요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나를 외면했다.
나를 내밀하게 잘 아는, 나와 똑 닮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외침을 모른 척했다.
나를 앞서 가고 있는 시간과의 대결만으로도 매 순간이 지나치게 버거웠다.
고개를 돌릴 여유가 내겐 없었다.
쉬고 싶었다.
기록에 대한 강박도,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조바심도, 성취에 대한 집착도 다 내려두고
아무 생각 없이 늘어져 있고 싶었다.
철갑옷도 방패도 전부 내려놓고 무장해제될 수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가 절실한데도 그 그리움을 외면했다.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지우고 맨손으로 있는 걸 불안하고 초조하게 생각하는 나는 조급증 환자였다.
한 번 다녀가.
다시 네 전화를 받았다.
일 년에 한두 번 보던 네 목소리가 손을 잡아끌었다.
가슴이 묵직해 오는 게 목이 멨다.
그래, 숨 좀 돌리고 가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얼굴 보고 진짜 이야기 좀 하자.
정수리 위의 해가 따갑던 어느 날, 문득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