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충분하다

by Lunar G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시작이 내겐 이토록 버겁고 힘들 줄 몰랐던 그때, 실패는 세상의 등돌림이 아닌 꿈을 위한 단련이었고 열정은 가장 큰 아군이었다. 맨 주먹의 나였기에 목표한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숨 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남들에게는 노는 것처럼 보이는 그 일을 붙들고 미친 사람처럼 내달렸다. 잠을 줄이고 눈이 아프도록 책을 쓰고 손가락이 굳도록 써 내려가는 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달하고 싶은 그곳을 완성 지점으로 보았기에 달리는 것 자체가 오늘의 저력이었다. 광기에 휘둘리다시피 미쳐있던 나에겐 출발선에 이르러 차오른 숨을 뱉을 날에 대한 기다림만 있을 뿐, 힘들다거나 아프다는 감각이 없었다.

십 년도 넘는 세월 동안 크리스마스와 봄꽃을 반납하고서야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본다. 황량한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거봐. 된다고 했잖아.’라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싶어 기다린 십 년이었는데 잠긴 내 목은 한 마디도 내놓지 않는다. 멋들어지게 승전보를 울리고 싶었는데. 그대로 질주하다가는 몸도 마음도 전부 망가질 것 같아서, 모든 게 어둠에 잠식당할 것 같아서 길게 탁한 한숨을 뱉는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며 퍼렇게 질린 얼굴로 어딘가를 향해 달리는 나와 같이 생긴 친구들을 본다. 그리고 그들의 절규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숨이 턱에 차오르는데도 다들 이렇게 달려주고 있었구나 하는 뜨거움이 가슴을 채운다. 당장 대단한 걸 내놓지 않아도 괜찮다. 실패여도 괜찮다.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아득바득 현실과 맞서 싸우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

억울해하는 대신 미안해하기로 했다. 칭얼거리는 대신 다시 묵묵히 달려보기로 했다. 하면 된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 소망을 이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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