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그러지’ 맙시다

by Lunar G

젊으니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지, 젊으니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지, 젊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

그놈의 ‘청춘’ 내내 젊어서 그런 거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다. ‘젊어서’는 뭐고 ‘그렇다’는 건 또 뭔지. 청춘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지금도 나는 ‘젊어서 그렇다’는 그 말을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귓전으로 들어 넘기려 해도 들을 때마다 귀에 걸리는 게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싶어 짜증이 난다. 내 입장에서는 ‘젊다’는 그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턱에 숨이 차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는 건데 그걸 간단히 ‘젊어서’라는 말로 포장해 버리다니, 그 무관심이 여간 불쾌하지 않다. 그 말 한마디에 내 노력은 번번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니 말이다.

젊다고 다 똑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머리에 불이 날 정도로 오늘에 맞서고 있는데. 그걸 단지 젊어서 그런 걸로 규정하는 건 젊은 누군가의 노력을 너무 맥 빠지게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는 것 역시 ‘젊어서’와 함께 쓰여 비아냥거리는 이미지를 가지게 돼버린 건 아닐까.

젊어서 그렇다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더니 이젠 그 말에 정말 질려버렸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자꾸만 젊어서 그렇다니.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하고 있다. ‘젊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전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라고. 그리고 소심하게 한 마디 더해본다. 나이 들어서 ‘그러지’ 맙시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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