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들여다보는 거울인데 그 속에 내가 없다. 틀도 있고 유리도 있는데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넓어진 모공, 입가의 엷은 팔자주름을 보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성숙을 향해 가는 시간, 다들 한창 좋을 때라는데 나는 그 ‘좋음’을 눈에 담지 못한다.
거울 위 주름이 신경을 긁는다. 중요한 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어째 눈은 늘 잃어버린 것을 먼저 본다. 거울을 보며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주름을 가리고 입술을 덧칠하고 옷에 맞는 액세서리를 더한다. 그러는 동안 눈은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내 눈을 보고 이야기한 게 언제였을까. 남의 눈이 아닌 내 눈을 마주하며 속을 터놓던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내 눈을 자주 들여다보던 시절, 거울은 내게 삶을 응시하기 위한 투명한 문이었다. 나를 만나는 통로였던 그 거울이 이젠 내게서 등을 돌려 서있다. 소리 없이 나를 채찍질하던 진짜 ‘나’는 그 안에 없다. 상(像)을 비춰내는 사명을 잃은 검은 거울이 벽이 되어 서있을 뿐이다.
나를 잃고서야 거울을 도구로 전락시킨 시선의 날을 본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내 눈을 보는 일이었다.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틀을 벗어나야 한다. 벽을 깨야 거울을 되찾을 수 있다. 내 눈을 찾아주기 위한 차가운 외면, 지금이 바로 벽 너머의 보이지 않는 거울을 응시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