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 낯선 거리. 목적지 근처인 건 알겠는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버스노선표와 지도를 보다가 길을 묻는다. 작은 목소리로 ‘저기요’라며 말을 꺼낸다. 백발의 굽은 허리의 두 할머니가 귀를 열어준다. 유창하진 않지만 또록또록한 외국어로 목적지를 말한다. 내 말을 듣는 표정과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어디?’라는 말이 답이 되어 돌아온다.
어눌한 외국어가 문제인 걸까,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 걸까 하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 사이 두 사람은 내가 말한 목적지를 찾기 위해 버스노선표 앞 지도에 선다. 내가 목적지 부근 큰 건물 몇 개를 더 일러준다. 이내 반가운 목소리로 거기라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돋보기를 꺼내 쓰고 들고 있던 짐을 내려둔 채 본격적으로 내 목적지 찾기에 들어간다.
타야 할 버스가 왔는데도 오를 생각도 않고, 두 사람은 탐정 같은 자세로 골똘히 지도를 본다. 그 사이 나는 몇 번 버스를 타야 할지 알아냈다. 그런데도 지팡이를 짚고, 돋보기를 끼고 선 두 사람의 마음이 고마워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길을 찾은 할머니들은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뛸 듯이 기쁜 얼굴이다. 주름진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소상히 알려준다.
멀리,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보인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허리가 꺾어지도록 인사를 한다. 버스에 오르기 전, 할머니들은 길눈 어두운 여행객이 행여 길이라도 잃을까, 내 손을 잡으며 조심히 잘 찾아가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마치 당신들 손녀를 보듯 더없이 자상하고 따뜻한 눈길로 나를 배웅하며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다. 그 손이 너무 따뜻해서 울컥, 눈물이 치민다. 낯선 곳에서 받은 친절이 익숙한 곳에서 안고 온 상처를 몰아낸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