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Blue

by Lunar G

한 달이 참 길었다.

긴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온몸이 퍼렇게 멍이 들도록 두들겨 맞은 느낌이라면 과장인 걸까. 한 달로 돌아보면 짧았지만 하루하루로 따져보니 매 순간이 아프고 시리고 두려웠다. 온몸에 쥐가 날 만큼 긴장되고 절망스러운 날들을 버티자는 마음 하나로 지나왔다. 무방비한 상태로 맞은 삼월이 몸을 굳게 하고 가슴을 아리게 하고 이성을 얼어붙게 만들었는데. 사월이다. 새 달이 왔는데도 이 생소함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손에 쥔 게 없으니 내려놓을 것도 없고, 살을 깎아내듯 뼈를 손질하듯 그렇게 또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내 편이라 할 수도, 내 편이 아니라 할 수도 없는 낯선 이들을 만나며 의심을 배우고 공포를 지각하고 유약함을 마주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된, 해독하기 힘든 현실을 앞에 두고 막막해하고, 내 막막함에 고개 돌리는 내편이라 믿었던 누군가의 등을 보며 내 몫으로 할당된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그래, 그들에게 서운한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응원 보내주고 있으니 잘 하리라 믿는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있으니 그들은 적이 아니다. 가슴을 갑갑하게 하고 나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 소문만 무성한 어떤 이미지다. 왜 내게만 이토록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는가 하는 의문과 아직도 내 안목은 흔들림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는가 하는 자책과 이게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회의.

미지는 공포다. 그 공포가 가져온 의심과 원망과 증오. 이해관계로 얽힌 수십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나를 긴장하게 한다. 긴장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데 태연하고 싶어서, 약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자꾸 나를 가장한다. 거리를 두고, 경계의 날을 세우고, 시선을 외면하고. 평소와는 다른 내 인격을 꺼내 놓으며 매일같이 고문받는다. 그러고 밤이 되면 오늘 하루도 잘 버텼구나, 하고 탄식을 내뱉듯 한숨을 토한다.

상대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 그 상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정해진 시간을 낯선 이들과 함께 관통해야 한다는 것. 고문 같은 시간 속,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조건 없이 나를 믿어주는 그들의 말, 그들의 응원, 내가 속한 이 틀보다 내 능력을 더 높이 사주는 그들의 신뢰다.

일이 진행되도록 할 것,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미래를 끌어나갈 것, 나를 믿을 것, 경쟁구도가 아닌 생의 한 순간으로써 터널 속 같은 이 시간을 관통할 것. 사람을, 인생을, 관계를 익히기 위한 여행지로써 지금 이 순간을 관조할 걸. 남루하고 유치하다 할지라도 지금은 그게 내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말.


그래, 속단하지 말자.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을 것이고 소신을 지켜나갈 나라는 것을 아니까. 내가 내게서 등 돌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아니까. 이 역시 생의 한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이 순간이 도약을 위한 움츠림임을 명징하게 지각하고 있으니까.

Umberto Boccioni_Visioni Simultanee.jpg Umberto Boccioni_Visioni Simultanee

나를 지켜내기 위해 마주해야 하는 세상이 더럽고 비열하고 비겁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내가 세상에 절망하게 만드는 일은 없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eep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