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재글랑재글랑.
한 달이 지나면 이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재글랑재글랑, 가슴에서 방울이 운다. 녹록한 생은 아니었는데 그간 편하게 살았던 건지 낯선 이들과의 부딪힘이 매일 같이 복통을 가져온다. 고개를 숙이고, 끝없이 증명을 하고, 영문도 알 수 없이 시선과 말의 폭력을 견뎌야 하는 곳이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낯선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내게서 어린 나를 만난다. 아주 오래전 번화가에서 엄마 손을 놓치고 혼자 버려졌을 때의 공포가 매 순간 나를 덮쳐온다. 세상이 내게만 가혹한 건지, 내가 지나치게 여린건지. 나만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나만 무참하게 구타당하고 있는 것 같다. 비행기도 타지 않았는데 오지에 떨어진 듯 오롯이 홀로 됨을 실감한다.
아득바득, 아웅다웅, 부드득부드득. 그런 게 싫었던가 보다. 아니 그런 곳에 속해 있으면서도 애써 보지 않으려 외면하고 살았던가 보다. 이제 눈을 뜨고 그 세상을 대면하자니 머리를 굴리게 된다. 이 감정 소모가, 투자가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의미 있는 일인가 하게 된다.
사람, 온정, 온기, 의의, 희망. 무엇 하나라도 손에 닿는 게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맨손이다. 빈 손에 자꾸 상처가 생긴다. 누군가의 혀가, 무지가, 두려움이 매일같이 그러지 않아도 남루한 손을 베고 간다. 안 아픈 척 손을 움켜쥐고 있는 내 눈에 하얗고 검고 푸르스름한 피가 보인다. 눈에서 떨어뜨리지 못한 눈물이 손끝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삶이 이토록 괴로운 건 선택의 무게 때문이다. 내가 택한 길이기에 덤덤히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낼 나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 섣부른 선택을 실수라 인정하고 다른 길로 들어서더라도 등 돌리지 않으리라. 나만은 나를 외롭게 하지 않으리라.
내일은 오늘보다 더 덤덤해지기를. 이 순간에, 내게 주어진 그 공간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를. 5월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