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lue

Blue

by Lunar G

블루는 우울이다.

그 우울한 색을 전면에 내건 카페가 있었다.

파란색 배경에 금색 옷을 입은 카페와의 첫 만남은 오 년도 더 전이었다.

공모 작품을 전송하고 비몽사몽 들어간 그곳에서 콜드브루라고 불러야 한다는 더치커피를 시켜 약처럼 들이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카페의 한적함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쉼터 삼아 자주 찾았던 곳이었다. 내게서 카페라는 장소가 작업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잃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주일 단위로 찾았던 그곳을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식으로 드문드문 찾게 되었다. 그때마다 주인은 불편하지 않은 환대로 나를 맞아주었다.

말수도 적고 숫기도 많지 않은, 나처럼 어려운 손님도 편하게 맞아주는 그 가게가 글과 삶에 지친 내겐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 자체로 품이 되어 주기도 하는 공간이 있음을 그곳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있다는 사실에 참 든든했었는데. 봄비인지 봄눈인지 모를 허연 것이 쏟아지던 2018년 봄 어느 날 카페는 예고도 없이 이별을 고해왔다. 우산을 뒤집어쓰고 노트북을 어깨에 메고 올봄이 선사한 예견치 않은 고난을 덜어내려 그곳을 찾은 오후 공사 중인 카페를 보았다. 주인이 서 있던 바는 뜯겨나가 있고 내가 늘 앉았던 테이블은 보이지 않고 카페 안은 공구로 채워져 있었다.

올해는 조금 더 자주 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낯선 공간에서 분투 중인 내 주변에 익숙하게 드나들던 데가 있다는 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는데, 그 침묵의 품이 필요했었는데. 창밖으로 인사를 건네주던 주인과 드문드문 테이블을 채우고 있던 손님들과 카페 안을 채우고 있던 재즈, 그곳에서 보낸 내 시간과 그곳을 거쳐 나온 작품들과 그 공간의 울림이 빚어낸 울림이 빗속에 고요히 잠겨간다.

아쉬움이란 이런 거구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건 없는 거구나. 작별이란 이런 순간을 이르는 거구나. 갈 곳을 잃었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쳐다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든다. 비는 똑똑 떨어지고 장화는 질척거리고 상념은 끝없이 이어지고 시간은 그렇게 뒤로 밀려난다.

Green Over Blue_Mark Rothko_1956


커피 한 잔 값에 몇 시간이고 내게 공간을 내어줬던 사장님이 더 좋은 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 시리고 아픈 시간이 이 시대의 청년이자 젊은 아빠인 그분을 비켜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분이 다른 어딘가에서 더 멋들어진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면 우연처럼 스치듯 그곳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던 밤 같은 오후를 가슴에 담으며, 사라진 공간을 향해 묵념하듯 파랗고 검은 글을 찍어 내본다. 블루는 우울이다. 그리고 그리움이다.


커피 한 잔 값에 몇 시간이고 내게 공간을 내어줬던 사장님이 더 좋은 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 시리고 아픈 시간이 이 시대의 청년이자 젊은 아빠인 그분을 비켜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분이 다른 어딘가에서 더 멋들어진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면 우연처럼 스치듯 그곳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던 밤 같은 오후를 가슴에 담으며, 사라진 공간을 향해 묵념하듯 파랗고 검은 글을 찍어 내본다. 블루는 우울이다. 그리고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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