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종종 내가 도마에 올랐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럴 때면 도마 위에 올라 파닥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러면 왼쪽 가슴이 쓰려온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왜 난도질해댄 걸까. 나와 한 마디도 나눠보지 않았으면서 날 잘 아는 척 왜 그런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걸까. 날 잘 안다는 그들은 또 왜 뒷말을 내뱉고 다니는 걸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고민은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여려서 그런 거라고.
뒤끝이 말끔하지 않은 그런 말을 들은 후에는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게 된다. 내가 진짜 그런 걸까 하고. 한 생각을 곱씹다 보면 그 말을 부정하려는 나와 수렴하려는 내가 대척점에서 나를 뒤틀기 시작한다. 그러면 베이컨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도질된 고깃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엄습한다.
대체 어떤 권리로 날 도마 위에 올리고 멋대로 칼질을 해대는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는 한 것인지. 당신들이 들이대는 잣대가 절대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는지. 그 진리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졌다는 건 또 어떻게 증명하려는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만큼 잘 살고 있는지.
갑갑한 속을 토해내며 퍼렇게 질려가고 있는 나를 본다. 시퍼렇게 멍든 가슴이 보이고 도마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생선이 지나가고 날 선 혀가 눈앞에 그려진다. 그 혀가 내 가슴을 찌를 때 그들이 느끼는 것은 통증인지 쾌감인지. 나는 누군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멋대로 칼 쇼를 한 적은 없었는지 하는 것들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질문을 더한다.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재앙일까 축복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