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아 경기도 어디에 이른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조합으로 이 여정을 함께 한다.
나와는 결코 닿음이 없겠구나 했던 이와 함께 길을 걸으며 분노와 번뇌에 휩싸였던 지난날을 본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그때는 실감하지 못했다. 이 사람과 나란히 한길을 가게 되는 날이 올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 젊음을, 내게는 한이 된 실패를 깔고 뭉개려 했던 그 시선 분하고 원통해서 미움 외에는 다른 마음은 들이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그대들 역시 운명 앞에 나약한 인간이었음이 보인다. 삶이 내 고개를 꺾은 것인지 내가 삶을 수용하게 된 것인지, 끝이 보이지 않던 갈등의 막바지 길에서 내가 보는 건 운명 앞에 먹먹해하고 막연해하는 나약한 한 사람들이다. 영원 하히라 생각했던 무채색의 관계가 옷을 입기 시작한다. 눈앞의 폭포처럼 푸른색인지, 저 멀리 선 나무처럼 붉은빛인지, 그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의 빛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미움과 실망, 갈등과 분노의 끝에서 본 것이 나약한 한 인간, 생에 던져진 지독히 약한 존재라는 것만 보았을 뿐, 나는 아직도 관계에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