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있어 좋았다

Red

by Lunar G

눈물 흘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운명이 내게서 등 돌린 것 같았을 때

모두 날 비웃고 있는 것 같았을 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을 때

눈물,

너만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내주었다.


그러면 나는 네 손을 잡고

어둠을 벗 삼아

꺼억, 꺼억

목놓아 울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

내 삶만 왜 이리 버거우냐고

내 앞길만 왜 이토록 까마득하냐고

너를 붙들고 심장이 녹아내릴 듯

울고 또 울었다.


그러면 넌 묵묵히 나를 타고 내렸다.

내 볼을 적시며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잘 버티고 있는 거라며

한 걸음만 더 가 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나는,

설움에 못 이겨 가슴을 뜯고

생각과 다른 내 삶에 구역질을 하고

다시 찾아가야 할 길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우는 게 너무 아팠는데

울다 지쳐 쓰러지는 게 참 버거웠는데

눈물이 주름이 된 얼굴이 참 따가웠는데


눈물을 쏟아야

살아갈 힘이 난다니

눈물을 쏟아내야

행복을 담을 곳이 생긴다니

그래, 잘 울었다.


의식을 치르듯

한 달에 몇 번씩

온몸이 탈진할 지경으로 울어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실컷 울었기에 다시 달릴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는 건,

죽음에 가까이 가기 위한 게 아니라

삶을 움켜쥐기 위함이었다.


눈물, 네가 있어 다행이다.


Georgia O'keeffe_Red and Orange Streak_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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