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눈물 흘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운명이 내게서 등 돌린 것 같았을 때
모두 날 비웃고 있는 것 같았을 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을 때
눈물,
너만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내주었다.
그러면 나는 네 손을 잡고
어둠을 벗 삼아
꺼억, 꺼억
목놓아 울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
내 삶만 왜 이리 버거우냐고
내 앞길만 왜 이토록 까마득하냐고
너를 붙들고 심장이 녹아내릴 듯
울고 또 울었다.
그러면 넌 묵묵히 나를 타고 내렸다.
내 볼을 적시며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잘 버티고 있는 거라며
한 걸음만 더 가 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나는,
설움에 못 이겨 가슴을 뜯고
생각과 다른 내 삶에 구역질을 하고
다시 찾아가야 할 길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우는 게 너무 아팠는데
울다 지쳐 쓰러지는 게 참 버거웠는데
눈물이 주름이 된 얼굴이 참 따가웠는데
눈물을 쏟아야
살아갈 힘이 난다니
눈물을 쏟아내야
행복을 담을 곳이 생긴다니
그래, 잘 울었다.
의식을 치르듯
한 달에 몇 번씩
온몸이 탈진할 지경으로 울어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실컷 울었기에 다시 달릴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는 건,
죽음에 가까이 가기 위한 게 아니라
삶을 움켜쥐기 위함이었다.
눈물, 네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