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에 부쳐

White

by Lunar G

종종 들르곤 하는 카페 주인이 자리를 비웠다.

꾸미지 않은 미소가 객손마저 기분 좋게 해주던 주인의 안부가 궁금하다. 치즈 바른 베이글을 건네받으며 주인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는다.

애 낳으러 갔어요.

어머니가 흐뭇하게 웃으며 답한다.

어머나, 축하드려요.

뜻밖의 소식에 나도 모르게 반색하며 말한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각하지 못한 채 바삐 시간을 관통하는 동안 누군가는 새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 달. 베이글을 들고 서서 그녀가 한 땀 한 땀 자수 놓듯 보냈을 순간을 상상한다. 그 일 년 동안 나 역시 내 속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려 수확의 시기를 맞기라도 한 듯 덩달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붙들어두지 못한 시간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는데, 좀 더 옹골지게 시간을 붙들고 있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았는데, 나만 방향을 잃고 홀로 퍼질러 앉아 울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생명이 무언의 위로를 남긴다.

녀석이 자란 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었다고, 마음의 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

순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카페를 나선다.

문을 여니 전봇대를 내려다보고 있던 해가 눈을 찔러온다. 전원 교향곡이 생각나는 오월, 색색의 장미가 꽃향기를 전해오는 오월, 봄기운이 절정을 향해 달리는 오월이다. 오월에 태어날 아기가 맞을 첫 빛이 찬란하기를. 티끌 한 점 없는 맑고 밝은 흰 빛이 아기를 감싸주기를. 탄생을 맞은 이들이 맞을 내일이 밝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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