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딘가에 발을 디디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 막연함이 사다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채 다 차오르지 못한 달 때문인지 하늘을 떠도는 사다리 때문인지 몰라 소리 없이 울고 싶어 지는 저녁이 있다. 서글프지 않게, 서럽지 않게, 또르륵 눈물만 떨어뜨리고 싶은 밤이 있다. 때로는 더없이 서글프기도 한 것이 삶임을 알면서도 도토리 키재기 하듯 나에 빚대 너를 재단하고 너에 빚대 나를 깎아내리고. 아리고 쓰린 것이 생인지. 눈부시게 찬란한 게 생인지. 산다는 것을 모르겠어서 이 새벽을 붙들고 그림 한 점을 꺼낸다. 모래 바람 부는 사막도, 황량한 대지도, 어둠 든 굴도 아닌 무한한 하늘, 그 속에서 그녀를 본다. 아슬아슬한 불균형. 위태로운 긴장감. 부정하기 힘든 자괴감. 달로 가는 사다리가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붙들고 이 새벽에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꼬인 내 심사를 대변해 온다. 그래, 속이 시끄러울 때는 자판만큼 미더운 친구도 없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그림을 벗삼아 자작나무 소리 같은 타자기 소리를 우려낸다. 아침으로 가는 침묵 속, 옥색 하늘이 말을 걸어온다. 달은 아직 여물지 않았노라고. 아직은 채워야 할 달이 남았노라고. 노란 사다리는 달로 가는 여정이 아닌 상처 받은 이의 마음에 이르는 창일 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