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같지 않을 때

White

by Lunar G

관계 속에 놓인 내가 나 같지 않을 때, 내게서 낯섦을 느낀다. 내가 인지하는 나와 행동하는 나와 내 의식에 비친 나의 방향성이 나를 때 혐오라는 감정을 느낀다. 구차해지고 어리석어지고 낯설어지는 게 삶인 것을 투명해지고자 하는 나는 오물이 묻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수용하지 못한다. 사람들 속에 있는데 저 먼 곳을 본다. 내 중심에 서기도 힘든데 타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부적응의 전형을 느끼고 있는 요즘. 홀로 섬에 익숙해졌더니 함께 있음에 서툴어졌다. 이 불안은 무엇인가. 왜 나는 이렇게 먼발치에서 그대들을 보고 있나. 내가 설 곳은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있나. 먼 곳을 보지 않고 단지 오늘을 마주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이었던가. 대체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되고자 함인가 네가 되고자 함인가. 구차해지고 비루해지고 소원해지고 아득바득하고 조마조마해하고. 이 모든 것이 낯선 누군가를 내 가운데 두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나를 위한답시고 내가 아닌 누군가를 앞에 두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두 달째, 불안에서 비롯된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는다. 대체 이 파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의심, 불신, 증오, 불쾌, 분노, 시기. 내가 아닌 것 같은 내가 지독히 싫다. 내가 싫어지는 건 병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그대들은 내게 호인인가 악인인가. 나는 또 그대들에게 호인인가 악인인가. 반성. 곱씹어 보고 또 곱씹어 봐도 뭐가 잘못됐는지 무엇이 나를 이토록 우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욕망을 버리지 않은 채 건전한 관계를 이끌어가고 싶은 내가 구차해지는 나를 초라해 보이게 하는 것일지도. 부정하고 싶어 하게 하는 것일지도. 참 어렵다, 말끔해지기.

Andrew Wyeth_Evening at Kuerners_1970.jpg Andrew Wyeth_Evening at Kuerners_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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