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다 VS 다르다

Purple

by Lunar G

저건 틀린 말이다. 틀린 것을 맞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 자꾸 전제부터 어긋난 말로 논리를 전개하려 하는 건지. 관심이 없는데 왜 끝없이 나한테 너를 주입하려 하는지. 왜 날 너로 점철시키려 하는 건지. 성가시다는 속내를 뒤로 물리고 미소 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관계를 위해. 평온한 하루를 위해, 불편한 일이 없기를 바라며 가면을 쓴다.

너는 네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잠자코 있다고, 입 닫고 있다고 네 의견에 동의하는 게 아닌데.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를 높이는 걸 가만 보고 있자니 나와 너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너는 네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없이 확인받으려 하고 있고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픈데 괜찮은 척하고 있을 뿐이다. 대화랍시고 나누고 있는데 너는 후련해지고 나는 불편해진다. 이 대화의 희생자는 너인가, 나인가.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쩌면 틀린 것이 네가 아니라 나였을 수도 있다. 나는 무엇이건 명확하고 투명한 게 좋고 너는 부드럽고 뭉뚱거린 게 좋고. 그것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정오(正誤)의 문제가 아니다. 불통. 한자리에 앉아 같은 말을 듣고 있는데 다른 세상을 그리는 것. 음소가 같다고 의미까지 동일할 수는 없을 터. 나라고 해서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보증도 없다. 같은 상황에 나를 놓아둔다고 했을 때, 기분이 나쁠 때의 나와 기분이 좋을 때의 내가 주목하는 단어는 다를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오해를 타고났다. 오해가 전제된 소통에서 이해를 하려고 달려드니 어긋날 수밖에. 이해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기로 한다. 대신 그 자리에 오해하지 말자는 선언을 둔다. 이해는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니 오해하지 않으려는 제스처라도 취하는 게 소통하고 있다는 허상을 제거하지 않는 길일 테다. 네가 틀린 것은 내가 틀려서일지도 모르고 내가 틀린 것은 네가 틀려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오해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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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n Schiele_Sunflowers_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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