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인생을 마주하며 전력을 다해 질주하고 있다.
나만 뭔가가 안 풀려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른 새벽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본다.
상사와의 갈등, 가족과의 불화, 아이들과의 불편을 매 순간 마주하며 생이 곧 생존임을 실감하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 어리석음을 마주한다. 언제나 내 일은 크고 남의 사연은 작았는데. 나만 억울함을 끌어안고 사는 줄 알았는데. 다들 그 정도의 아픔은 안고 사는 것을. 만나는 사람이 늘수록 작아지는 나를 본다.
새벽 4시.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앉아 전화가 울리기를 기다린다.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어디라도 전화를 돌려 눈물을 쏟아내고 싶은데, 어디라도 나가 외치고 싶은데. 결국은 타자기 앞이다. 이 공간이 내게는 가장 편안하고 평온한 곳인 까닭이다. 눈물을 쏟아내고 가슴을 내리치며 마주하는 하얀 지면. 그래, 너라도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어수선하게 쏟아내는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내주는 네가 있어 다행이다, 한다. 사랑도 삶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것을. 사는 데 희망을 건 나를, 사람에게서 싹을 본 나를, 믿음에서 앞날을 본 나를 어리석다 나무란다. 느닷없이 꾸중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그래도 믿고 싶다며 고집부리는 내가 슬퍼서, 아파서 가슴이 미어진다.
한숨 돌릴 여유를 찾으려 한 것은 어쩌면 삶이 너무 수월해서였을지도 모를 터.
눈물이 마르지 않는 것은 희망의 방증일 터.
그럼에도 그대를, 나를, 그리고 세사를 믿고 싶어지는 나를 말릴 수가 없는 밤.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며 아침의 도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