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앞두고 물거품이 된 공주를 떠올린다.
파란 파도를 마주하며
저 하얀 것이 인어의 혼은 아닐까 한다.
바보같이
사랑 그게 뭐라고 물거품이 돼 버린 건지.
바보같이
사랑 그걸 앞에 두고도 왜 못 알아본 건지.
사랑을 위해서 몸을 버린 인어와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눈먼 왕자와
저 멀리 있는 사랑
모든 게 멀리 있고
모든 게 어긋나 있고
모든 게 뒤틀려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는 줄 안다
그 상황이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인 줄 안다
그리고 욕심을 더 내면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지금보다 더더더 많이 얻을 것으로 착각하고
빈 손을 붙들고 우는 이들의 가슴을 내려친다
자기도 그런 적이 있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 때문에 울며 지낸 밤을
까마득히 잊고 팔짱을 끼고
누군가의 상실을 무감각하게 내려다본다
무감각한 그 시선이 시려서
차디찬 시선의 칼 끝에서 절름거리는 나를 품어 안으며
파도 소리에 귀를 연다
철썩철썩
저게 매질인지 다독임인지
아픔이 가슴을 녹여버려서인지
소리조차 분간이 안 된다
믿음을 믿음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된 병이 남긴 후유증이겠지.
모진 매질에 가슴이 녹아버려서인지
아득바득 제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는 그 몸짓이
어째 전부 눈먼 자들의 코끼리 다리 만지는 행위로 비치는 것인지
내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저들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사는 건 어쩌면 모두가 눈이 멀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