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하얀 겨울을 그려보고 있으면
가슴의 통증이 덜해질 것 같아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그려
올 겨울에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왔으면 좋겠어
새하얀 눈이 이 가을 쏟아낸 너와 나의 시린 눈물의 결정이 되어
세상을 하얗고 투명하게 비춰내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되면
이 아픔도 아무렇지 않게 되겠지
시린 바람에 바늘이 실리기라도 한 것인지
바람이 불 때마다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따끔거려
견딜 수 없이 아픈데
통증이 온몸을 굳게 하는데
슬픔을 안고 여기 멎어 있을 수 없어
네가 사력을 다해 오늘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웃는 얼굴로 울면서 달려
넌 어디에 이르러 있니
난 또 어디쯤 가 있니
달려도 달려도 네가 보이지 않아
그래서 모르겠어
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지 멀어지고 있는지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달리는 걸 멈출 수가 없어
멈추면 네가 무너져 버릴까 봐
눈물이라도 안 나면 좋겠는데
바람이 눈물의 씨가 되어 눈에 담긴 건지
눈만 깜빡이는데도 눈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
눈물방울을 손으로 움켜쥐어
구슬 같은 이 물방울도 네가 준 거니까
손으로 눈물을 굴려 결정을 만들며 말해
아프지 말고
빛나라고 찬란하라고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조개처럼
시리고 찬란한 이 시간을 품어
너의 빛을 담은 보석으로 빚어내고 있어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굳건히 버티고 있어
하얗고 하얀 눈 위에
눈물로 빚은 너라는 보석을 내놓기 위해
하얀 크리스마스를 함께 맞기 위해
그러니까 너무 늦어지지는 마
네가 양 팔 벌려 나를 맞아 줄 그날
땅을 뒤덮은 눈 위를 걸으며 말할 거야
새하얀 이 모든 게 너의 날개라고
네 날개가 나라는 세상을 감싸 안고 있었다고
반짝이는 저것은 내 슬픔이라고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공포에 맞서
죽을 각오로 버틴 너와 나의 시간의 결정이 눈 속에 있다고
발자국마다 새길 거야
포기하지 않았기에 닿을 수 있게 된 만남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마주할 수 있게 된 너를
버텨냈기에 받을 수 있었던 받게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햇살에 반짝이는 눈 위를 나란히 걸으며 말할 거야
이번에는 내가 네 날개가 되어주겠다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때는 네가 내 눈물을 닦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