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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Oct 06. 2023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

손을 잡은 두 사람은 말이 없다. 어딘지 모르게 지친 모습이지만 서로에게 기대앉아 있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쉼이 되어 주고 있다. 여자가 그의 손을 보며 만나서 다행이라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의 입술이 여자의 손등에 닿는다. 여자가 천천히 숨을 삼키며 생각한다, 따뜻하다고. 여자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떨림이 그에게는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이 되어 닿는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남긴 떨림에 여자의 가슴이 두근거려 온다. 여자와 남자가 눈을 마주 본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진 여자가 깍지 낀 손을 그녀의 가슴 위에 덧댄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는데 그의 손이 닿자 여자는 신기하게도 마음은 차분해짐을 느낀다. 그녀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 와."

여자가 눈을 감은 채 그의 가슴에 귀를 댄요.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드럼 소리가 되어 여자의 귀에 닿는다. 그게 여자의 눈을 감기게 한다. 남자의 심장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데 자꾸만 여자의 눈이 저도 모르게 감긴다. 어느새 남자의 품에서 잠든 여자의 쌔근대는 숨소리가 남자의 귀를 채운요. 남자의 숨이 이마를 간지럽게 한다. 남자의 부드러운 시선에 애잔함이 깃들어 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날들에의 안타까움이 남자의 눈동자 깊이 깃들어 있다. 여자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둘러싸여 여자는 잠에 빠져든다. 여자의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여자의 볼 위에서 그림을 그린다. 남자가 손가락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준다. 남자의 손가락이 떨려온다. 그 속에 담긴 마음이 애잔하고 고마워 여자의 눈에서 자꾸 눈물이 흐른다. 그런데 여자는 어쩐지 눈을 뜰 수 없다. 남자를 마주 보면 울음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서 울면서 자는 척을 하게 된다. 눈을 꼭 감은 채 여자를 보며 남자가 속으로 말한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돌아올 수 있게 기다려 줘서 고마워. "

남자의 말에 여자가 속으로 말한다. 

"이제 헤어져 있지 말자."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한다. 

"응, 이제부터 떨어져 있는 일은 없어. 죽는 날까지 아니 죽어서도 같이 있을 테니까."

 

Luděk Marold_A  Kiss under the Parasol_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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