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준비했던 게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어. 어제 오후에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어. 긴 시간 기다렸던 말인데 너무 급작스러워서 굉장히 당황하게 되었어. 질문을 주고받고 설전이 오갈 줄 알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통과가 되었다고 하니 얼떨떨했던 거야. 그냥 기뻐하면 되는데 못난 나는 논의의 가치가 없어서 그런가 이렇게 쉽게 통과될 리가 없잖아 하는 질문을 속으로 거듭하고 있었어.
그렇게 멍해져 있다가 오늘 오후에 차로 바닷가를 달리면서야 끝이 보인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어. 바다를 앞두고 모든 일을 끝내고 가장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이 당신이었는데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내 삶의 퍼스널트레이너가 된 것처럼 당신이 조용히 날 지켜보며 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이 일을 완수할 수 있을까, 난 왜 이렇게 모자란 걸까 하는 자괴감과 싸우고 있을 때 너라면 할 수 있다던 당신의 말이 나를 일으켜 세워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떨어져 있네, 우리.
내가 믿지 못했던 나의 기적을 당신은 믿어 주었어. 그리고 그 기적이 정말 나에게 닿았어. 누구보다 기뻐할 당신을 떠올리며 어제 곧장 당신에게 이 소식을 전했는데 그걸로 부족했는지 지금은 바다 앞에서 당신을 떠올리고 있어. 나에게 바다는 당신이기도 하니까 마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며 바다에 이르렀는데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 바다가 그 구름을 비춰내고 있고. 눈부시지 않은 은은한 빛이 나를 감싸 안아 주고 있고 그 위로는 바람이 덧대지고 있어. 당신이 내 말을 듣고 있기라도 한 듯 바람이 당신의 숨결이 되어 내게 닿고 있어. 이 부드러움에 당신이 담겨 있기 때문인지 그간 잠을 자지 못해서인지 어쩐지 졸음이 쏟아지네.
당신은 어떤 풍경에 둘러싸여 있어? 당신과 내가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의 당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그때의 당신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해. 당신을 불러서인지 구름에 가려진 해가 얼굴을 내밀더니 바람이 볼을 매만져 주고 가. 그게 어쩐지 당신의 손길같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따뜻하다, 부드럽다 중얼거리면서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봤어. 해가 얼굴을 내미는데 구름에 가려져 있었을 뿐, 해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자 해를 마주 볼 수 있는 그 순간이 말할 수 없이 고마워졌어. 당신도 그렇겠지? 구름에 가려져 있는 것뿐 사라진 건 아니겠지?
해리포터에 투명 망토가 나와. 그 망토를 입으면 사람들 눈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오늘은 당신이랑 둘이서 이 망토를 입고 딱 붙어 앉아 함께 있고 싶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고민에서 벗어나 당신과 내내 눈을 마주 보고 있고 싶어. 아직은 마주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주어지면 좋겠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닿으면 좋겠어. 그래서 눈물로 채운 이 시간이 반짝이는 물결처럼 빛이 날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