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차다. 찬바람을 맞으며 들어선 카페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다. 따뜻하다. 따뜻한 공기에서 그의 손길을 느낀다. 차갑게 식은 내 볼 위에 그의 손이 닿기라도 한 듯 온몸에 따사로움이 번진다. 타닥타닥하는 난로 소리를 들으며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햇살이 내려앉은 테이블에서 나비의 날갯짓을 느낀다. 평화롭다. 오후의 카페에서 간만의 평온을 느낀다.
창가에 앉으니 눈이 감긴다. 햇살이 쌓인 피로를 녹여내는 것 같다. 감긴 눈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눈꺼풀을 매만진다. 눈썹이 가볍게 떨려온다. 눈을 감고 앉아 먼먼 어딘가에 있을 그를 그린다. 이 평화가 그에게도 닿기를 기도하며 소리 없이 그를 불러본다. 그리움에 눈물이 날 것 같다. 눈을 뜨면 외로워질 것 같아 차마 눈을 뜨지 못한다.
가까스로 눈물을 삼켜두고 눈을 뜨니 눈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나처럼 졸린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고양이에게 너는 어이해서 이 순간 나와 눈을 마주 보고 있는 거니? 창밖은 추울 텐데 이 추위를 견디기 괜찮니? 네 짝은 어디에 있니? 같은 질문을 한다. 고양이는 답이 없다. 말없는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인다.
고양이가 그가 외로운 나를 위해 보내 준 선물이라도 되는 듯 사랑스러운 눈으로 고양이를 쳐다본다. 고양이가 스르륵 눈을 감는다. 햇살에 안겨 잠든 고양이를 보자니 졸음이 몰려온다. 자고 싶다. 나도 그의 품속에서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잠깐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노트북을 편다. 한참 일을 하다가 아무래도 그가 그리워져 메일을 쓴다. 그가 보고 싶다.
메일을 보낸 후 멍하니 앉아 있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창가에 앉는다. 등을 보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그를 보고 나를 본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렇게 깊은데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신이 나의 사랑을 단련시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가 등 뒤에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를 찾아 헤매고 그는 내 등을 보며 내가 뒤돌아보기를 기다리고. 딱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를 마주 보지 못하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가 애처로워 눈물이 나려 한다. 눈물을 흘리면 이 사랑이 슬퍼질 것 같아 눈을 내리감는다. 눈물에 갇힌 그의 모습이 보인다.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그가 눈물 흘리는 것보다는 내가 우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을 뜨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앞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입술을 맞대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를 정성스레 매만지고 있다. 모두가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한다. 마주 앉은 고양이를 보며 찬 바람에 오슬오슬 떨며 울고 있는 나를 감싸주는 듯한 그의 품을 느낀다. 바람이 찬데 춥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