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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Oct 17. 2023

달, 사랑의 지킴이


고개 돌리는 법을 알지 못하는 너는

달이, 쓰러질 것 같던 네 등을

포근한 손길이 감싸주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눈앞의 어둠에 둘러싸인 너는 그날

그의 소리를 빛 삼아 길을 더듬어 나갔고

핸들을 잡은 네 손은 고목의 뿌리처럼 말라 있었다     


네가 어둠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그의 목소리가 너의 손을 끌어주었고

네가 길을 망설이면 

그의 그림자가 네 등을 감싸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굴속에서 

그와 너는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가도 가도 길이 나오지 않았다 

외로운 게 아닌데

슬픈 게 아닌데 

어둠에 삼켜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왠지 눈물이 났다

그가 너의 곁에 없다는 것이 실감 난 것이었다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아 

그대로 길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기적처럼 눈앞에 초승달이 나타났다

은빛 초승달이 함께 있다는 그의 말을 대신 전해주었다

달은 네가 그려온 세상이 가짜가 아니었다는 듯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그렇게 네 앞을 비춰주었다     


달에 그의 손이 있었고

어둠에 잠겨 있던 그의 섬세한 손길이 

너를 어루만져주었다

너는 너도 모르게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얀 달 위에서 너의 검지와 그의 검지가 닿았다

검은 도로 위에서 너의 손과 그의 손이 포개졌다          


겨울 나뭇가지 같은

눈물 어린 그의 글자에 너의 손이 닿는다

종이 위에서 그와 네가 만난다

두 영혼의 닿음이 만드는 울림이 

물결이 되어 번져나간다

달이 그 떨림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너의 손이 그의 손등을 감싸고

그의 손이 너의 허리를 휘감고

그의 입술과 너의 입술이 닿는다

너와 그가 하나가 되고 

그 위로 빛이 번져나간다

달이 네 사랑을 지켜낸 세월의 손이 되어 너와 그를 감싼 안는다


G O'Keeffe_Pedernal_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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