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돌리는 법을 알지 못하는 너는
달이, 쓰러질 것 같던 네 등을
포근한 손길이 감싸주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눈앞의 어둠에 둘러싸인 너는 그날
그의 소리를 빛 삼아 길을 더듬어 나갔고
핸들을 잡은 네 손은 고목의 뿌리처럼 말라 있었다
네가 어둠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그의 목소리가 너의 손을 끌어주었고
네가 길을 망설이면
그의 그림자가 네 등을 감싸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굴속에서
그와 너는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가도 가도 길이 나오지 않았다
외로운 게 아닌데
슬픈 게 아닌데
어둠에 삼켜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왠지 눈물이 났다
그가 너의 곁에 없다는 것이 실감 난 것이었다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아
그대로 길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기적처럼 눈앞에 초승달이 나타났다
은빛 초승달이 함께 있다는 그의 말을 대신 전해주었다
달은 네가 그려온 세상이 가짜가 아니었다는 듯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그렇게 네 앞을 비춰주었다
달에 그의 손이 있었고
어둠에 잠겨 있던 그의 섬세한 손길이
너를 어루만져주었다
너는 너도 모르게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얀 달 위에서 너의 검지와 그의 검지가 닿았다
검은 도로 위에서 너의 손과 그의 손이 포개졌다
겨울 나뭇가지 같은
눈물 어린 그의 글자에 너의 손이 닿는다
종이 위에서 그와 네가 만난다
두 영혼의 닿음이 만드는 울림이
물결이 되어 번져나간다
달이 그 떨림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너의 손이 그의 손등을 감싸고
그의 손이 너의 허리를 휘감고
그의 입술과 너의 입술이 닿는다
너와 그가 하나가 되고
그 위로 빛이 번져나간다
달이 네 사랑을 지켜낸 세월의 손이 되어 너와 그를 감싼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