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

by Lunar G



거울을 잃었다.

거울이 없으니

내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거울 없이

나를 마주 볼 수 없는 세상,

그곳은 지옥이다.


거울이라도 보면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거울 앞에 선다.

원숭이,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서.


조커의

농익은 웃음,

거울이 무슨 죄라고

애꿎은 거울을 내려친다.


부서진 거울 위로

피가 눈물이 되어 흐르는데

원숭이, 나를 보며 웃는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서.


구부려진 네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잃어버린 것을 마주한다.


다 펴진 다섯 개의 손가락,


원숭이, 웃는다.

손을 흔들며.


원숭이 입가에 걸린 말

"존엄"

내가 잃은 것,

이 시대가 상실한 것


존엄을 잃으면

인간은

가운데 손가락을 든

원숭이가 된다.


원숭이가 말한다.

I'm sorry.

내가 답한다.

Fuck you.


Avigdor_Arikha_ Self-portrait, Shouting One Morning..jpg Avigdor_Arikha_ Self-portrait, Shouting One Morning.

from an inferior human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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