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건
그가 무슨 짓을 하건
내 선택을 긍정하며
배신과 아픔까지
수용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교류하고
나는 그게 불가능한 인간이라
관계에 뜸을 많이 들인다.
마음을 주기로 했다는 건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까지 내 몫으로
나누어 짊어지기로 했다는 뜻이다.
신의를 손에 쥔 채 내 등에 칼을 꽂고
어리석은 혀로 날 욕하고 다녀도
그것까지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뜻이다.
서툴러 보이고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알면서도 속아주고
무례와 이기심이 보이는데도
못 본 척 넘어가 주는 게
내가 상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무던히,
변함없이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관계에 있어
신의의 의미를
상대도 나도
깨우치게 될 것이란 소신 때문이다.
이런 고집 때문에
내 사귐은
더디고 느리고 지나치게 진중하다.
바보 같다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다.
관계 맺음에 있어 중요한 건
내 확신과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우정을 나누려 한 이상
내 안목을 최대한 믿을 것,
그게 종종 무례하고 난폭하게 느껴지는
내 사람을 받아들이는 내 방식이다.
눈앞의 손익만 보고 사람을 쳐내고 받아들이면
세상 어디에서도 친구는 찾을 수는 없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라고
삶에 능숙할까.
탐욕을 점령하고 해탈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 역시 매일 같이 관계에 흔들리고
나약한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을 것이다.
관계는 책임이고 자기 도야다.
누군가를 받아들이기로 한 건
내가 어떤 치명적인 피해를 입더라도
그를 품을 거라는 각오다.
돈, 사랑, 권력, 명예, 손해, 이익
드러난 것들에 속아
관계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고 싶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내 사람으로 인정하기로 한 이상
앞으로도 많은 걸 품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만큼의 각오가 없다면
인맥이란 이름으로 섣불리 연을 맺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 순간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상대를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를 돌아볼 것이다.
그게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내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