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eam

by Lunar G

2015년 가을,

불현듯

등골 서늘한 한기를 느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이다.


청춘에서 멀어지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려니 했는데

그것과는 사뭇 다른 냉기다.


날라진 기운, 포착하기 힘든 흐름,

옷깃을 여미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형언할 수 없는 변화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든다.


불황,

생산성을 가진 모든 것들이 저평가되고

내일의 예상이 무용해지고

앞날을 꿈꾸기가 두려워지는 상황.


노력, 꿈, 희망, 사랑, 소명

날 지탱해준 것들이

손도 쓸 수 없이

맥없이 흔들린다.


실패와 낙방이 가져오는 것과는 다른 바람이

내가 일어설 새도 허락하지 않고

무섭게 몰아친다.


일어서려 하면 할수록

바람은 더 거세어지기만 한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바람 앞에

처음 빙판 위에 서 본 사람처럼

미끄러지길 수없이 반복한다.


그간의 노력과 희망이

헛된 것이었다는,

애초부터 세상에 그런 건 없었다는 이명이

악몽이 되어 매일 아침 귀를 두드린다.


악몽의 10개월


마음이 아픈 게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꿈을 붙들고 있는 손이 사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막연한 꿈보다는 당면한 현실을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회색 얼굴들,

게으르게 산 게 아닌데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닌데

이상과 다른 현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그리고 벼랑 끝에 선 내게


꿈꾸고 설레라는 게 아닌,

버티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막막해서

괜스레 가슴만 내려친다.


Der Schrei der Natur_Munch.jpg Der Schrei der Natur_E. Munch

그래,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는

오늘을 견디는 게

오늘 하루를 채우는 게

우선이다.


그게 시련을 아군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운명이 의지를 선행하는 것 같은 때,

메마른 현실 때문에

간절히 소망하던 그걸,

내일은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놓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이 고비를 넘기면

희망으로 설레고

하고 싶은 걸 꿈꾸던 날을

다시 맞으리란 믿음을

가슴에 꼭 품고 있어야 한다.


견디는 게, 살아남는 게, 자존심을 버리는 게

전부가 되어 버린 구슬픈 오늘

약해지는 스스로를 또 한번 일으켜 세우며,

묵묵히 견뎌 온 누군가의 성취를 위안 삼으며

굳은살 박인 손을 매만진다.


오늘 하루도 잘 넘겼으니

내일은 그만큼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내일의 어둠은 조금 옅어져 있을 것이다.


막막함에 지지 말 것,

섣불리 희망과 꿈을 내려놓지 말 것!

숨이 끊어질 듯 힘들어도

견디는 내일이 아닌 꿈 꾸는 내일을 위해

시련을 마주하는 미련한 내 방식을

아직은 고수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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