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뽀얗게 쌓여
뭔지도 몰라 본 서랍에
네가 두고 간 사랑이 있다,
사랑받은 기억이 남겨져 있다.
다 줘버려서,
미련도 후회도 없이
모든 걸 전소시켜 버려서
이제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텅 빈 서랍에
사랑했음이 남아있다.
너를 향해 뛰던 내 심장이
너로 인해 멎어버려
숨도 쉴 수 없었는데,
살아있는 데도 죽은 것 같아
나를 묻듯 그 심장을 묻어버렸는데
서랍 속에서
네가 남기고 간,
박제된 심장을 본다.
내 모든 걸 다 내주고
네 모든 걸 받았던
그 기억이
스산한 바람만 이는 것 같던
구멍 뚫린 가슴에
온기의 씨를 뿌린다.
사랑했음이 담긴 서랍
그래, 그거면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젠가
사는 데 지쳐
사랑마저 빛이 되어주지 못할 날을 만나면
그때 다시 열어봐야겠다,
네가 남겨준 그 서랍.
자꾸 보면
그 먼지 쌓인 서랍에
갇혀버릴지도 모르니
오늘은 닫아 두고
먼 훗날
추억하며, 웃으며 여유 있게 열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