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by Lunar G


먼지가 뽀얗게 쌓여

뭔지도 몰라 본 서랍에

네가 두고 간 사랑이 있다,

사랑받은 기억이 남겨져 있다.


다 줘버려서,

미련도 후회도 없이

모든 걸 전소시켜 버려서

이제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텅 빈 서랍에

사랑했음이 남아있다.


너를 향해 뛰던 내 심장이

너로 인해 멎어버려

숨도 쉴 수 없었는데,


살아있는 데도 죽은 것 같아

나를 묻듯 그 심장을 묻어버렸는데


서랍 속에서

네가 남기고 간,

박제된 심장을 본다.

The Anthropomorphic Cabinet_S_Dali.jpg The Anthropomorphic Cabinet_S_Dali

내 모든 걸 다 내주고

네 모든 걸 받았던

그 기억이

스산한 바람만 이는 것 같던

구멍 뚫린 가슴에

온기의 씨를 뿌린다.


사랑했음이 담긴 서랍

그래, 그거면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젠가

사는 데 지쳐

사랑마저 빛이 되어주지 못할 날을 만나면

그때 다시 열어봐야겠다,

네가 남겨준 그 서랍.


자꾸 보면

그 먼지 쌓인 서랍에

갇혀버릴지도 모르니

오늘은 닫아 두고

먼 훗날

추억하며, 웃으며 여유 있게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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