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사살

by Lunar G

설레고 보고 싶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만으론 부족한 걸까,

행복만 있을 줄 알았던

사랑의 뒷모습은

왜 그토록 잔인한 걸까.


네 눈만 보느라

네 등의 화살은 미처 보지 못했다.

네 입술이 너무 따뜻해

싸늘한 네 등의 차가움은 느끼지 못했다.

지독히 감미롭던 목소리,

혀의 날을 가렸다.


날 보는 너만 보게 한 무모한 사랑,

언젠가 네가 내게서 등 돌릴 수 있다는 것도

네 활이 내 심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만 보자.

낯선 네가 뱉어낸 말,

날 선 말이 숨을 끊을 수 있다는 걸 너를 통해 알았다.

굳이 네가 아니어도 되는 깨우침을

너는 마지막 선물이라도 되는 듯

자상하게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사니?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며 너를 본다.

화살 비에 가려진 네게서 낯선 음성을 듣는다.


나 없이도 잘 살았어. 서로를 몰랐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너, 내 가슴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며 웃는다.

눈물로 뜨거워진 내 눈,

한기에 둘러싸인 네 눈,

따뜻했던 그 눈에 담긴 서늘하고 예리한 빛.


과녁을 맞히듯

한 마디, 한 마디

나를 겨냥해 쏘는

정교한 헤어짐의 말


멀어지는 거리만큼

명중률도 더해지는 아이러니 속에서
너덜 해진 심장을 겨냥한
내 확인 사살.

기다릴게, 돌아와.




Gauguin's Chair_Van Gogh_1888.jpg Gauguin's Chair_Van Gogh_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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