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보고 싶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만으론 부족한 걸까,
행복만 있을 줄 알았던
사랑의 뒷모습은
왜 그토록 잔인한 걸까.
네 눈만 보느라
네 등의 화살은 미처 보지 못했다.
네 입술이 너무 따뜻해
싸늘한 네 등의 차가움은 느끼지 못했다.
지독히 감미롭던 목소리,
혀의 날을 가렸다.
날 보는 너만 보게 한 무모한 사랑,
언젠가 네가 내게서 등 돌릴 수 있다는 것도
네 활이 내 심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만 보자.
낯선 네가 뱉어낸 말,
날 선 말이 숨을 끊을 수 있다는 걸 너를 통해 알았다.
굳이 네가 아니어도 되는 깨우침을
너는 마지막 선물이라도 되는 듯
자상하게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사니?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며 너를 본다.
화살 비에 가려진 네게서 낯선 음성을 듣는다.
나 없이도 잘 살았어. 서로를 몰랐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너, 내 가슴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며 웃는다.
눈물로 뜨거워진 내 눈,
한기에 둘러싸인 네 눈,
따뜻했던 그 눈에 담긴 서늘하고 예리한 빛.
과녁을 맞히듯
한 마디, 한 마디
나를 겨냥해 쏘는
정교한 헤어짐의 말
멀어지는 거리만큼
명중률도 더해지는 아이러니 속에서
너덜 해진 심장을 겨냥한
내 확인 사살.
기다릴게,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