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취업을 앞두고
가슴이 미어질 듯 한숨 쉬는
널 보며
그 옛날 날 보던 어른들이
그랬듯 슬그머니 웃는다.
세상을 알기에
아직 너무 어리고 서툰 나이
넘어지고 뜸 들이고 배회하는 게 당연할 나이
젊음은 응당 그래야 한다고 하고 싶은데
세상 물정 모르는 말 같아 입을 닫는다.
연애도 여행도 심지어는 SNS마저도
이력으로 남기길 강요하는 시대에
둘러가도 괜찮다고 하는 건
참 무심한 조언이다.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뱉지 못하겠어서
입을 여는 대신 귀를 열기로 했다.
유령 같은 꿈, 지옥 같은 현실
네 얼굴에 이는 한숨과 눈물.
무엇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을 나이인데
도전하고 실패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빛나는지 보지 못한 채
취업에 사위 어가는,
어둠에 잠겨가는 널 마주 보고 있는 이 순간이
가슴 시리다.
내 나이,
스물셋
한 평도 안 되는 검은 상자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던 때,
걸어도 걸어도 길은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뭘 해도 앞이 보이지 않던 때,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매 순간 실감하며
숨 쉴 때마다 혼이 옅어지는 듯했던 시절.
막막함보다 더 두려웠던 건
내가 청춘의 가능성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책과 가책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난 안될 거라며
미리 날 깎아내리는 유악함이었다.
진심으로 나를 존중하고 싶었고
내가 보는 미래를 인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들 내 선택을 위험하다고, 철없는 거라고 했다.
오래전 그날보다 더 험한 날들.
학점을 위해 양심을 팔고
선택받기 위해 누군가에게서 등을 돌리고
낭만과 여유, 꿈은 뒤로 미뤄버리려 하는
절절히 공감할 수 있는 네 이야기.
눈물 그렁한 네 눈에서
불길을 본다.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열정을 본다.
그 시절 내가 절실히 듣고 싶었지만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
내가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
죽을 만큼 힘들어도 계속 가.
미래성은 너 자신 그 자체야.
모두가 안된다고 해도
넌 된다고 고집해야 돼.
네 인생의 길을 내는 건
쓸모없는 조언이 아닌
네 확신과 의지니까.
언젠가는
네가 그리고 내가
세상을 향해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거 봐, 내가 된됐잖아 라고.
돌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성패를 떠나
길 자체가, 막막함의 험로를 걸어온 시간이
내 저력이 되어 있음을.
오늘을 맞서는 너에게 귀를 열어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