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실패 내일의 저력

by Lunar G

스물셋

취업을 앞두고
가슴이 미어질 듯 한숨 쉬는
널 보며
그 옛날 날 보던 어른들이
그랬듯 슬그머니 웃는다.

세상을 알기에
아직 너무 어리고 서툰 나이
넘어지고 뜸 들이고 배회하는 게 당연할 나이
젊음은 응당 그래야 한다고 하고 싶은데
세상 물정 모르는 말 같아 입을 닫는다.

연애도 여행도 심지어는 SNS마저도
이력으로 남기길 강요하는 시대에
둘러가도 괜찮다고 하는 건
참 무심한 조언이다.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뱉지 못하겠어서

입을 여는 대신 귀를 열기로 했다.

유령 같은 꿈, 지옥 같은 현실

네 얼굴에 이는 한숨과 눈물.


무엇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을 나이인데
도전하고 실패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빛나는지 보지 못한 채

취업에 사위 어가는,

어둠에 잠겨가는 널 마주 보고 있는 이 순간이
가슴 시리다.

내 나이,
스물셋
한 평도 안 되는 검은 상자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던 때,
걸어도 걸어도 길은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뭘 해도 앞이 보이지 않던 때,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매 순간 실감하며
숨 쉴 때마다 혼이 옅어지는 듯했던 시절.


막막함보다 더 두려웠던 건

내가 청춘의 가능성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책과 가책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난 안될 거라며

미리 날 깎아내리는 유악함이었다.


진심으로 나를 존중하고 싶었고

내가 보는 미래를 인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들 내 선택을 위험하다고, 철없는 거라고 했다.


The Sun_Munch_1909-19161.jpg The Sun_Munch_1909-19161

오래전 그날보다 더 험한 날들.

학점을 위해 양심을 팔고

선택받기 위해 누군가에게서 등을 돌리고

낭만과 여유, 꿈은 뒤로 미뤄버리려 하는

절절히 공감할 수 있는 네 이야기.


눈물 그렁한 네 눈에서

불길을 본다.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열정을 본다.


그 시절 내가 절실히 듣고 싶었지만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

내가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


죽을 만큼 힘들어도 계속 가.

미래성은 너 자신 그 자체야.

모두가 안된다고 해도

넌 된다고 고집해야 돼.

네 인생의 길을 내는 건

쓸모없는 조언이 아닌

네 확신과 의지니까.


언젠가는

네가 그리고 내가

세상을 향해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거 봐, 내가 된됐잖아 라고.


돌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성패를 떠나

길 자체가, 막막함의 험로를 걸어온 시간이
내 저력이 되어 있음을.

오늘을 맞서는 너에게 귀를 열어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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